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조직생활을 이제 시작한, 그리고 술 못 먹는 사람을 위한 조언
    카테고리 없음 2014. 12. 2. 20:23

    당신이 조직 생활을 이제 시작하는/시작한 초년병이면서 술을 못 먹는 것으로 고민하는가? 그럼 이글을 읽으라. 나는 조직생활 18년차이면서 술을 한잔도 못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한국 조직의 술 강권 분위기를 18년동안 고민해 오고 있다. 더우기 아직도 조직생활을 하고 있다!


    어느 글에서인가 한국인의 10%는 술을 소화하는 효소를 갖지 못했다고 들었다. 나는 그중의 한 명이다. 나는 알콜 조금만 들어가도 바로 얼굴이 빨개지면서 머리가 아파지는 아주 중증중의 중증이다. 오랜 세월 술로 무장한 조직을 거치면서 다져진 나의 멘탈 체계를 공개하겠다.


    첫째 술을 못 먹는 것은 그냥 체질일 뿐이다. 당당해라.

    누가 "너는 술을 못 먹어서 남자답지 못해, 정신 바짝 차리면 술 잘 먹을 수 있어, 매일 먹어봐, 잘 먹을꺼야 " 이런 개소리를 하면 싹 무시해라. 이런 얘기는 앉은뱅이에게 너는 정신 집중해서 일어서면 당장이라도 일어날 수 있을 거야라는 소리와 같다. 

    그냥 왼손잡이로 태어난 거, 짬뽕보다는 짜장을 좋아하고, 차보다는 커피를 사랑하는 그런 정도의 기호의 차이일 뿐이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정말로 별에 별 얘기를 다하면서 술 못 먹는 당신을 나무란다. 다 무시하고 상처받을 필요 없다.


    둘째  술을 먹는 것이 불가피한 자리가 있고 이런 자리는는 요령껏 처신해라. 답이 아직 없다.

    한국 조직은 여전히 술을 너무 사랑한다. 90%의 술 먹는 인간들중에 반 이상은 오랜 세월 조직 생활을 하면서 술이 엄청 늘어서 술 없는 스트레스 해소가 안되는 상태다. 그 중에는 특히 관리자급이 많다. 신입 사원으로 당신이 들어왔는데 관리자가 술로 파도를 탄다면? 내가 전에 중간 관리자로 있을 때 회사의 사장님이 새로 들어 오셔서 관리자들이 회식을 한적이 있다. 사실 아무 얘기 거리도 없는 사장이었으므로 앉자 마자 파도를 2번 돌았다. 열외는 인정되지 않았다. 대학원에서 석사 과장을 할 때 옆 실험실에서는 술자리만 가지면 거의 마지막 사람이 쓰러질 때까지 마셔댔다. 바보같은 일이지만 교수라는  절대 권력자가 그렇게 분위기를 끌고 가는데 누가 반항을 하겠는가. 살다 보면 이런 자리도 있고 이럴 때는 요령껏 피해가야 한다. 당신에게는 기득권이 아직 없다.

    단 내가 여기서 해 줄 수 있는 말은 술을 강권하는 관리자/기득권자의 수가 줄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다양성이 증가하면서 술 못 먹는 소수자를 배려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뭐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서라고도 하는데. 따라서 점점 술을 강권하는 분위기의 술자리는 해가 갈수록 줄어 들 거다. 여기서 희망을 찾아라. 그리고 당신에게는 점차 나이와 권력이라는 기득권이 생긴다는 점을 말해 두고 싶다. 18년차인 나에게는 아무도 술을 권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술자리에서 조직원 전원에게 술을 못 마시게 할 수도 있다.(나에게 술 안 먹는 권리가 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술 먹을 권리를 인정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그러지는 않는다.) 암튼 한국사회에서 나이는 권력이다. 


    셋째 술을 못 먹는다고 첨부터 밝혀라. 그리고 반복해라.

    내가 종종 만나는 대학 동기 모임이 있는데 거기 나가서 내가 술을 안 먹는다고 하면 오늘은 왜 안 먹느냐는 친구가 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남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에 정확히 얘기하지 않는 이상은 잘 모른다. 특히나 조직 생활을 시작한다면 사전에 정확히 얘기해 두는 것이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는 길이다. 


    넷째 술자리 분위기를 못 맞춘다는 다른 사람들의 불만은 싹 무시해라. 다 개소리다.

    내가 대학교 동문 선배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술자리 분위기 못 맞춘다는 거다. 술 억지로 먹어서 속이 미슥거리는 사람이 어떻게 분위기를 맞추겠는가. 모든 모임은 불편하면 차라리 나가지 않는 게 좋다. 술 먹고 퍼지는 모임은 그래서 나는 아예 안 간다.  내가 술 먹고 퍼진 사람을 왜 뒷감당하는가. 술 번개 하러 간다고 하면 오늘도 잘 드시라고 당당히 얘기해 주자.


    다섯째 한국 사회가 일은 다 술자리에서 돌아가는 거 아닌가?  헛소리다.

    약간은 일리가 있다. 아직도 술자리에서 일이 돌아가는 조직이 있다. 구태가 그리 쉽게 사라지지는 않는다. 최대한 이런 조직은 피해라. 그런데 이런 조직은 보수적인 대기업 조직에 많다. 당신이 만약 이런 조직에 속했다면 어느 정도는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대신에 일로 승부해라. 조직이 제대로 되었다면 당신을 인정할 것이고 아니면 이직해라. 밀실에서 중요한 일이 결정되는 그 조직엔 어차피 희망이 없다.


    여섯째 술자리에서 술을 안 먹는 것을 자격지심으로 생각하지 마라.

    남들 건배하는 데 나는 사이다 드는 것이 괴로운가. 당당해라. 앞에서도 밝혔지만 남들 차 마실 때 나는 커피 마시는 정도다. 인생에서 중요한 일은 너무 많고 그 많은 중요한 일 하기에도 인생은 모자란다. 자격 지심 가질 필요 없다.


    당신의 인생은 당신 거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