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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서열주의 비판
    카테고리 없음 2015. 3. 27. 01:47

    차남으로써 내가 어렸을 때 제일 많이 들었던 얘기중에 형 말에 복종해라라는 게 있었다. 한국의 가정에는 어길 수 없는 질서가 있으니 자식은 부모에 순종하고 엄마는 아빠에 순종하고 동생은 형/누나에 순종하고. 이 서열을 사회로 국가로 조금씩 확대해 나가면 왜 한국이라는 국가의 기본 원리가 서열주의가 되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조선시대의 지배이념인 한국적 유교에서 수립된 서열주의는 21세기 오늘날 한국의 모든 가정에 아직까지 건재하다!

    2000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기술 컨퍼런스에 갔었다. 제일 인상깊었던 점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원형으로 모여 자유롭게 대화하는 모습이었다. 한국이라면 회사 직급이 높은 사람들 중심으로 해서 서열 낮은 사람들이 손을 조아리는 겸손을 보이며 경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을게 생각났다. 행여 이사라도 옆에 있으면 사원과 무슨 평등한 대화가 될 것인가. 직장에서는 직급/기수가 서열이다.

    전에 일하던 조직에서 중간조직장들이 모여 회식을 정기적으로 했었다. 한 사람이 민증을 까보자며 나이순으로 정렬을 했었다. 역시나 한국인은 나이순으로 정렬이 되어 상하관계가 되어 형/아우를 할 수 있어야 관계가 진전이 되나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 보면 가정에서의 서열 관계는 우리가 초등학교 들어가서부터 계속 강조된다. 얼마나 1살 많은 선배들이 우러러 보이던가. 중, 고교는 말할 것도 없었고. 사실 선후배간의 폭력도 다 이 서열문제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겠는가. 

    대학교야 말로 1년 선배는 하늘이었던 상황이고. 지식의 전당이어야 할 한국 대학원 실험실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교수라는 정점 아래 년차별로 거대한 사다리를 형성하는 조직이다. 명령에 죽고 사는 군대는 애교로 스킵하자. 

    각고의 노력으로 기업체에 들어간후에는 진정한 서열주의가 시작된다. 이제는 완전한 직급의 서열 경쟁이다. 하나라도 더 높은 지위로 올라가서 더 높은 서열을 차지해야 더 많은 부와 명예가 찾아 오니 한국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평균이 OECD 1 ~ 2위를 오르내린다. 밤마다 조직원들끼리 서열 확인 작업을 하고 서로 충성을 맹세하느라 약속의 잔을 높이 들고 회식없는 시간에는 충성을 확인하느라 쓸모없는 야근을 그렇게 해댄다. 저녁있는 삶은 서열 경쟁의 미명아래 우선순위가 처진다.

    지금은 일개 한달 벌어 한달 먹고 사는 직장인이지만 그래도 수평적인 조직을 만들고 싶은 꿈이 있다. 이러한 수평적인 조직에 어울리는 한국인은 일단 그 수가 매우 적다. 다시 말해 태어날때부터 서열주의를 뼈속까지 체득하고 자란 한국인들이 과연 수평적인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제일 중요한 것은 채용할 때부터 그 사람의 실력외에 수평적인 사고와 문화를 가질 수 있는지 여부를 엄밀히 따져 보아야 하며 채용후에는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 

    최대한 서열이 적을 수록 구성원 개개인의 행복도가 올라간다는 측면에서 서열 주의의 폐해를 인지하고 한국 사회 체제를 바꿔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잘 생각해 보면 서열 주의만큼 기득권을 위한 시스템도 없기 때문이다. 서열을 세움으로써 최상단의 지배계급은 본인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용이해진다. 대신 밑바닥 민초들의 삶은 한없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결국 서열 주의가 희석되려면 시민 개개인의 주체 의식이 올라가고 그래서 남을 대등하게 인정해야 하고 나의 이익의 폭을 줄여 남을 도움이 궁극적으로 나의 삶에 도움이 되는 상황이 만들어져야 한다. 나도 이런 거대한 시민 운동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서구 사회가 거대한 봉건주의/집단 주의에서 오늘날의 개인주의/수평 사회로 옮겨간 가장 중요한 단초는 시민 의식의 발아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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