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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앙마이에서의 9일
    카테고리 없음 2018. 12. 3. 00:37

    2018년 연말이 가까이 오면서 번아웃 증세가 느껴졌습니다. 모든 일에 의욕이 없어지면서 제 직장 생활과 가정 생활에 활력도 떨어졌습니다. 여기저기 들려오는 인생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낸 지인들의 소식들은  더 의욕이 없게 만들었습니다. 내가 해 온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제 체력도 떨어져가는데 남 좋은 일만 하다가 은퇴할 나이도 되는 건 아닌가. 고민을 오래 했습니다.


    다행히 회사에서 승인해 주어서 한달 무급 휴가를 낼 수 있었고, 첫번째 일정으로 치앙마이를 9박 10일로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치앙마이를 첫 행선지로 한 이유는 겨울에도 따뜻한 기온(밤에서 20도 이상, 남에는 30도에 육박) 때문에 좋아 보여서였습니다. 덤으로 물가도 싸고 즐길 까페도 많다 하니 아무것도 안하고 놀다 오기 딱 좋은 곳이었죠. 호텔만 3박씩 총 3곳을 잡고 거의 준비 안 한 무식한 채로 치앙마이행 대한항공 비행기를 탔습니다. 아이들도 다 학교에 매여 있고 집사람은 아이들에 매여 있고 같이 갈 동료는 없으니 당연히 혼자 가는 것을 택했습니다. 요즘은 차라리 나홀로 여행이 속편해 보입니다.


    나이트 바자쪽에서의 dusitd2 chiang mai 호텔에서의 3박은 그저 그랬습니다. 3박에 18만원이었으니 가성비는 좋았고 그 정도면 깨끗했는데 생각보다 night market이 별로였고 old citiy의 사원들은 ta pae gate를 통해 걸어 다녔는데 더워서 힘들었습니다. 원체 제가 쇼핑에 관심이 없어서 별로였을 것 같습니다.


    4일째 되는날 bed nimman chiang mai로 이동했는데 이 호텔도 3박에 18만원 정도에 예약했습니다. nimman의 중심을 maya mall과 one nimman mall로 본다면 중심에서는 좀 떨어져 있지만 가성비가 좋으니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되고 추천합니다. 조식도 좋고 무엇보다 fruits, coffee, bottle of water가 무료로 24시간 제공되어서 아주 좋습니다. staff도 매우 active하게 친절해서 좋습니다. 


    치앙마이 도착때부터 변비가 좀 있었는데 적응을 하니 변비가 사라져서 다행이었습니다. 인생 뭐 있나요, 잘 먹고 잘 싸고 잘 놀다 때 되면 가는 거지. 

    그리고 테스트 삼아서 하루만 honda scooter 110cc를 대여했습니다. 스쿠터를 몰아 본 게 대학교 때 30분 정도 몰고 처음이니 너무 긴장을 했습니다. 브레이크와 액셀 작동법을 익히니 가능해 보였습니다. 한국 운전면허증 맡기고 250바트에 하루 빌렸습니다. 오후에 바로 doi suthep temple로 드디어 몰고 갔습니다. 약 10km 거리였는데 중간에 불시 검문을 하더니 내 국제 운전면허증에 전동기 면허가 없다고 500 바트를 요구하더군요. 어처구니 없었지만 외국인이 별 수 있나요.   대여비의 2배를 경찰한테 주고 다시 doi suthep으로 향했습니다. 정말 doi suthep으로 가는 산 길은 최고의 인생길이였습니다. 긴 외투를 입었어도 약간 쌀쌀했고 고도가 꽤 되어서 온도 자체가 낮았습니다. 꾸불 꾸불한 길을 시원하게 달려서 사원에 도착했을 때의 감동이란. 요 몇개월의 무기력함을 한꺼번에 날려버리는 사건이였습니다.


    문제는 다음날 발생했습니다. 자신감을 얻은 저는 다음날 honda scooter 125cc를 빌려서 기름 3l 만땅 채우고 다시 한번 doi suthep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은 정말 시원하고 좋았습니다. doi suthep parking을 하다가 그만 실수로 accelarator를 당겨서 scooter와 함께 제가 자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자그만 부상을 여기저기 입었고 다행히 긴팔, 긴 바지여서 그나마 다행이었지 돌아와서 보니 무릅과 팔꿈치에 상처 투성이였습니다. mong tribe village까지 간 후에 돌아왔습니다. 와이프에게 연락해서 응급약 물어 보고 연고 바르는 정도에서 응급조치를 했습니다. 나름 모험에 따른 risk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모험이 없었다면 그런 상쾌함은 느껴보지 못했겠죠. 


    3일째 되는 날 scooter로 까페 순례를 했습니다. 블로그 검색을 통해 유명하다는 까페 4군데 꼽아서 쭈욱 다녀본 것 같습니다. 역시 핫플이다 보니 젊은 태국 연인들이 많았습니다. 사진 찍고 이동하고 커피 한잔 사서 둘러보고 이동하고 했던 것 같습니다. 나름 아빠의 까페 사진 실시간 전송에 심심하지 않게 반응해 준 우리 와이프와 딸아이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중간에 u nimman 이라는 5성급 호텔로 3박을 하기 위해 이동했습니다. u nimman은 치앙마이 호텔중의 최고 luxury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룸 시설도 한국 5성급에 뒤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부대 시설은 좀 약한데 예를 들어 레스토랑이 뷔페 레스트랑 하나밖에 없어요. 그러나 one nimman mall, maya mall이 바로 지근에 있어서 최고 위치라고 보면 됩니다. 다만 가격이 3박에 53만원이나 해서 chiang mai 호텔 치고는 가성비는 꽝이였습니다. 


    중간에 자전거를 무료 대여(u nimman)했는데 몸살끼가 좀 느껴져서 10분만에 바로 반납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날 지금은 몸살 때문에 u nimman 호텔 객실에서 뻗어 있네요. 내일 출국일인데 말이죠. 


    이번 여행을 통해 약해진 체력을 많이 느꼈습니다. PT 시작하고 30분이라도 규칙적으로 운동해야 되겠어요. 살았을 때 건강하게 살아야지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참 적어 보였어요. 음식도 못 하고 아프면 뭐 먹어야 할지도 모르고. 쇼핑도 뭘 사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와이프가 절 위해서 참 많은 것을 해 주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다른 면에서 보면 저를 위해 본인의 시간을 희생하는 것일 테고요. 조금 더 독립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 음식을 좀 배우려고 합니다.  나중에 치앙마이를 와이프랑 같이 왔을 때 같이 쿠킹 클래스에 가려고요. ㅎㅎ


    돈 주고 투어 가는 것은 안했습니다. 오면 많이들 하는 짚라인, 쿠킹, 요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목표이기도 했고 전 혼자 가서 커플들 사이에서 뻘쭘하기도 할 거기 때문이였습니다. 아직 나홀로 레벨이 거기까지는 안되고 식사만 혼자 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ㅎㅎ


    치앙마이에서는 서양인 커플이 참 많습니다. 그에 비해 한국 관광객은 2종류인데 젋은 여성 2명이 같이 온 경우, 그리고 노부부가 온 경우입니다. 그 사이의 연령과 성별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중년남성들은 골프장 투어를 하니 제가 못 보았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그 만큼 한국 30 ~ 40대가 각박하게 사는 것 같습니다. 일에 매여, 가정에 매여 생존하느라 바쁜 거지요. 저도 그랬고요.


    제가 직장 생활을 어언 22년 했더군요. 그냥 정신없이 생존하느라 바빴습니다. 조직이 원하는 것은 무조건 완수할려고 했고 물불 안가렸습니다. 그 많은 회식 자리, 워크샵, 야근에 모두 참석하며 조직에 충성했습니다. 그게 조직이 사는 길이고 그렇게 조직이 살아야 제가 잘 되는 줄 알았죠. 

    돌이켜 보면 조직의 큰 방향이 잘 못 되면 일개 개인의 행동은 그리 큰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BM 하나 잘 못 설정하면 그 후의 모든 노력은 다 허사가 되었고요. 그만큼 조직의 방향이 중요한 것입니다.


    제가 지금 있는 조직은 올바른 방향을 설정한 것일까요?여기에 앞으로 몇년을 더 투자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요? 이런 고민은 20일간의 스페인/프로투갈 여행 후에 하려고 합니다. ㅎㅎ


    이상 47살 아저씨의 1차 일탈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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