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개발자로.
복잡한 사연을 돌고 돌아서 최근에 다시 개발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주까지면 개발관리자 역할은 마무리될 수 있을 것 같고 다음주부터는 온전히 나의 근무시간을 개발자로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어찌 되면 내 나이에 개발자로서의 재도전은 무모하게 비쳐질 수 있다. 얌전히 조직의 사다리를 밟아 올라가면 스트레스야 만빵이겠지만 중간은 갈 거다. 큰 사고 안치면 월급 깍이지는 않고 말이지. 안전한 길이다. 그러나 나는 개발 관리자의 역할에 대해 다음의 관점에서 굉장히 부정적이다.
대규모 한국 개발조직에서의 개발 관리자의 역할은 딱 두가지이다. 조직원 관리와 제품 관리다. 조직원 관리야 나처럼 술 안 좋아하고 어울리기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쥐약이고. 제품 관리는 그나마 정을 붙이면 재미있을 수 있는데 정식으로 제품 관리자(Product Manager)도 아니고 개발팀에 걸쳐 있기 때문에 전문성이 심히 결여되게 된다. 게다가 연속된 회의로 별도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한 프로그래밍을 직접 할 기회는 거의 시망이다. 프로그래밍을 해 본지가 몇달, 1년이 넘은 사람들이 개발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나도 그랬던 것이고 말이지. 이런 개발 관리자들이 자기 주장까지 강하면 여러 사람 힘들게 만드는 사례 여럿 봤다.
최근에 맡고 있던 회사 업무가 자회사로 넘어가고 업무 공백이 생긴 틈을 타서 개발자 역할을 획득할 수 있었고 남들이 보면 좌천이겠지만 나는 나름 노력한 결과라 생각한다.
요즘 내 개발 관심 사항은 UI와 DB사이의 빠른 구현이다. RoR, django, node.js 등 남들은 이미 다 해 본 것들을 나는 자바 스택만 만지느라 구경만 해 봤었는데 모두 직접 해 볼 생각이다. 그리고 android app은 하나 반드시 만들어 볼 생각이다.
이번에 내가 개발자로서 맡는 코드 베이스가 Spring 2.5 에 ant 기반의 레거시 코드라서 심히 우울하긴 하지만 spring 3.0과 maven으로 단시간에 업그레이드하고 온라인 광고 마케팅 플랫폼에 대한 full stack 경험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의의를 찾고 싶다. 그리고 조직 관리보다야 10배는 좋지 않은가.
그리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결국 하게될 내 사업에서 이 프로그래밍 업무들이 한사람 인건비는 줄여주지 않겠는가. 50대까지 계속 개발하면서 밥벌어 먹는 것, 현재 내 소박한 희망사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