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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 개발자의 부재보다 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40,50대 전문 개발자의 부재가 아닐까요.
    카테고리 없음 2011. 6. 13. 18:10
    오늘 보니 블로터 컬럼, "우린 왜 스타 개발자가 없나"(   http://www.bloter.net/archives/63682 )라는 재밌는 글이 올라왔네요. 제가 생각할 때 한국은 스타 개발자가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만 나이든 전문 개발자가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일정 경력이 되면 전문 개발자에서 관리자로의 전환이 벌어지는 "경력 단절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죠.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요.

    첫째 한국의 "나이 중시 문화"입니다. 즉 나이 어린 관리자/나이 많은 전문 개발자가 존재하기 힘든 구조가 바로 이 한국의 나이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관리자는 어느 조직에서나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 조직을 대표하며 조직을 꾸려 나갈 사람이 관리자이기 때문이죠. 한국의 문화에서는 보통 연장자들이 관리자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즉 관리자는 큰 어른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린 거죠. 나이 순으로 좌악 정렬을 하고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이 상위 관리자, 그 다음 하위 관리자, 그 아래로 직급별로 좌악... 이렇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죠.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경우 보통 못 견뎌서 조직을 이탈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나이 많은 사람이 조직내에 들어오기를 바라지 않죠. 중간 관리자들이 불편하니.
    이런 문화 아래서 개발자들은 본연의 개발일을 못하고 나이가 차면 관리자로 승진(?)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즉 팀장이라는 이름으로 조그마한 조직을 맡게 되죠. 이 팀장을 맡게 되면 바로 "관리"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고 내가 해당 모듈을 잘 개발하는 것이 아닌 얼마나 팀원들을 잘 성장시키느냐 하는 "위임" 의 문제를 풀어 가야 합니다. 즉 조그마한 조직이라도 맡게 되는 순간 전문 개발자하고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 가게 되는 것이죠.초보 팀장의 경우에는 관리와 전문 개발을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가끔 있는데. 이것은 관리자로서의 직무를 게을리하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열심히 관리 업무에 임하셔야 됩니다. ^^
    고참 개발자 입장에서는 자기보다 나이 어린 관리자를 못 받아 들이고 차라리 자기가 관리자가 되어 버립니다. 조직 입장에서도 조금 더 관리에 유능한 사람을 관리자로 만들기 보다는 그냥 나이 찬 사람이면서 무난하면 관리자로 승진시켜 버리죠. 조직과 고참 개발자 둘 다에게 손해인 거래입니다.

    둘째 한국 회사에서는 관리자에게 너무 많은 과실이 갑니다. 역으로 실무 담당자가 부각이 안됩니다. 한국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굉장히 재미있는 것이 일은 실무자들이 다 하는데 막상 발표하는 곳이나 회의하는 곳에 가보면 마치 관리자가 한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이죠. 관리자가 발표도 하고 회의도 주제하는데, 평소에는 안 보다가 회의 자리에서 대응을 하니 회의가 "value added"될 수가 없고 뜬 구름을 잡게 됩니다. 그저 "defense"로 꽉찬 회의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실무자가 부각을 받아야 하고 관리자는 servant가 되어서 뒤에서 백업을 해 주고 장애물 제거 정도 역할이 제일 바람직합니다. 이렇게 실무자가 보상받고 대접받는 문화가 정착이 되어야 나이든 전문 개발자가 가능해 집니다.
    중요한 플랫폼의 core를 개발할 때와 그 플랫폼 개발을 관리하는 관리자 둘중에 누가 더 연봉이 높아야 할까요? 제가 볼 때 core를 개발하는 개발자의 연봉이 최소한 관리자 만큼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100이면 100, 한국회사는 관리자의 연봉이 압도적입니다. 

    셋째 보통 관리자가 밑의 조직원들의 R&R을 정하게 되는데 이것도 전문 개발자의 출현을 막는 중요한 장애물입니다. 특정 레벨이상의 전문 개발자가 되면 자신의 R&R을 스스로 정할 수 있게 운신의 폭을 주어야 합니다.   제가 알기로 그 어느 한국 회사도 전문 개발자가 스스로의 R&R을 정하는 곳은 없습니다. 

    넷째 한국 회사에서는 응용쪽만이 굉장히 비대합니다. 즉 SW 플랫폼 회사가 드뭅니다. JVM/JDK를 업그레이드시켜 나가는 오러클(이전의 썬), 거대한 분산 엔진을 만들어 나가는 Google, Iphone App SDK를 만들어 나가는 Apple, Windows OS/SDK를 만드는 MS 등 밑바닥부터 플랫폼을 만드는 회사가 외국에는 너무 많습니다. 이에 반해 한국에 어떤 회사가 이런 SW 플랫폼을 만드나요? 그나마 제가 기대를 걸고 있던 Tmax는 공중분해된지 오래고 포탈과 같은 상업적 서비스를 고객에게 직접 제공하는 서비스 회사들만이 크게 성공을 거두었죠. 제가 볼 때 국내 나이든 개발자들은 이런 포탈들에 그나마 많이 있습니다만 이런 회사들은 SW 플랫폼 회사가 절대 아니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렇게 SW 플랫폼 회사가 드무니 전문성 있는 개발자를 쓰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지지만 수월하게 일을 시킬 수 있는 개발자를 쓰는 편이 프로젝트 관리 측면에서 더 낫게 되는 것입니다. 전문 개발자 입장에서도 수행하는 과제들의 전문성이 계속 깊어져야 하는데 계속 응용쪽의 사업 과제들을 얕게 수행하고 있으니 차라리 관리 업무로 빠져 버리는 것이죠. 그리고 전문 개발자가 선택할 수 있는 회사도 국내에는 많지 않습니다. 

    이렇게 쓰다 보니 관점이 분명해 지는데요. 나이든 전문 개발자들이 관리자로 빠지지 않고 계속 전문성을 발전시켜 가면서 일할 수 있는 직장과 조직 문화가 있으면 스타 개발자도  많이 나올 수 있고 국내 SW 수준도 엄청 올라갈 겁니다. 현재의 한국 문화와 직장 생활이 계속 유지되면 아마도 별 볼 일 없이 도태되는 개발자들은 직종 전환이 불가피할 것이고 그나마 살아 남은 개발자들은 관리자가 되어 개발자를 쪼게 되겠죠.
    미국의 구글과 같은 실무자 중심의 조직 문화와 강력한 플랫폼으로 먹고 살 수 있는 글로벌한 "한국 회사"가 많아졌으면 좋겠고요, 그래서 전문 개발자들이 은퇴때까지 별 고민없이 계속 개발자 path를 이어 가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될 때 개발자를 꿈꾸는 사람들의 풀이 늘어 나고 이들중에 스타 개발자들도 자연스럽게 많아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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