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에 집안식구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아버님이 폭탄 선언을 하셨다. 신학대학원을 다니시겠으니 자식들이 학비를 대라는 것이다. 내가 놀란 것은 학비를 대는 문제가 아니라 일흔이 넘으신 아버님이 아직도 배움의 뜻을 간직하고 계시다는 점이었다. 그렇다. 인생은 생각보다는 매우 길다. 아마도 당신이 생각한 것보다도 훨~씬 길 수 있다.
최근에 간단한 웹서비스를 하나 만들어 보면서 느낀 점이 있다. 내가 웹 서비스 개발에 있어서의 기본적인 지식도 거의 모르는 게 많다는 것이다. 나는 개발자가 맞을까? 현재는 아니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위 말해 개발팀장이라는 것을 2002년도부터 했으니 횟수로 8년이 되었다. 말이 개발팀장이지 거의 Product Manager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나의 속마음은 계속 개발자라 주장하지만 실무적으로 모르는 게 너무 많아졌고 이 사실을 외면해 왔을 뿐이다. 그래도 회사내에서 생존하고 있으니 관용을 베푸는 회사에게 감사할 뿐이다.
이제 나에게는 나의 인생 후반기를 General Manager로 가느냐 Software Engineer로 가느냐의 판단을 해야 되는 때다. 지난 8년간의 계속된 에러로 인해 확실해 진 점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은 Software Engineer라는 것이다. 이제 잘 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1996년 처음 이쪽 업계로 들어왔을 때 가졌던 고도의 집중력도 이제 많이 없어졌고 돌보아야 되는 가족도 생겨서 이용할 수 있는 여유시간마저도 거의 없어져 버렸다. 내가 Software Engineer로 살아 남을 수 있을까? 내가 50대에도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내 또래에 아직도 Engineer로 남아 있는 사람들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그들의 경험, 지식은 어디로 간 것일까? 한국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연일 까이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런 현상과 맥을 통하고 있다. Engineer 전문가가 다들 General Manager로 빠지거나 업을 그만두는 마당에 제대로된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생겨날 수 있을까? 나부터 제대로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Software Engineer로서의 삶을 선택한 이상 내가 결정할 수 있는 path는 몇가지로 정해진다. 이제 그 길을 달려 볼 것이며 최선을 다해 볼 것이다. 현재 나에게 필요한 것은 열정이다. 내 나이 70이 되어서도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이제 다시 달려보자!